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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화 리뷰/2011년

어느새 그에게 중독되다 (79)


윤상이 들려준 잔잔한 햇살같은 아침인사
어느새 그에게 중독되다
김주리 지음

책을 접하는 경우는 참 다양한것같다. 지인을 통해서, 책을 통해서, 광고를 통해서, 서점에서, 그리고 우연히, [어느새 그에게 중독되다] 라는 이 책은 아버지가 나를 위해 고물상에서 가져온 책이었다. 고물상에서 가져온 그 많은 책들에서 이 책을 들춰보아 참 다행이다.

나는 이 책 제목의 "어느새"란 키워드에 주목하고 싶다. 어느새란 단어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움은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친숙하고 따듯한 우리 이야기를 이야기 하고 있다.

시골 이발소 할아버지의 머리와 뿌리와 끝을 경험을 통해 알게된 지식, 그리고 어쩌다 알게된 지식이 살아있는 지식이다라는 이야기. 영화<중경산림>의 비누에게 울지마 라고 한 대목. 후배가 다니는 교회에 따라가 읽은 <도둑에게 배울 것>을 보고 삶의 치열을 느낀 이야기. 손에 있다는 표정(헤어지기 싫은 손, 만지고 싶은 손, 그리워하는 손, 플레이보이지를 넘기는 손, 화장실에서의 손, 가슴 아파하는 손, 움켜잡는 손, 재회하는 손...)영화<달과 꼭지>의 황당한 프로포즈 이야기. 그리고 공짜는 없다란 내용에서의 삶에대한 견해. 이 모든 사소한 이야기들은 한 작가의 10년전 에세이지만 스마트폰 이 시대에 읽어도 여전히 사소하기만한 삶의 향기를 풍긴다.

이전 읽었던 에세이<사랑이 사랑에게>,<그 남자 그여자>도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우연치 않게 읽었던 <어느새 그에게 중독되다>란 이 에세이는 사소하고 달달한 이야기로 오늘 내 하루의 세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느새.. 아듀!  


<어느새 그에게 중독되다>중에서..

그녀는.. 그녀라서 좋다.
언젠가.. 미국의 한 시트콤을 보는데, 이런 장면이 있던 게 기억이 납니다.
한 남자가 두 여자를 두고 갈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자는 원래 자기가 사귀던 여자친구였고,
또 한 여자는 새롭게 만나게된 여자였죠.
이 남자는 두 여자 중에 어떤 여자가 더 나을까를 고민하다가
이런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두 여자의 단점을 하나씩 써내려가기로 한거에요
예를 들어, 메리와 수잔이라면, 한쪽엔 메리의 단점을 적고,
또 한쪽엔 수잔의 단점을 써서, 더 나은 쪽을 고르겠단거죠.
남자는 먼저, 원래 여자친구였던 메리의 단점을 적기시작했습니다.
워낙 오래 사귀어왔고, 아는 게 많았기 때문에 메리의 단점은
수십가지가 넘게 적혔습니다.
"메리는 머리가 나뻐. 메리는 변덕이 심해. 메리는...메리는..."
신나게 적어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새로 알게된 수잔의 단점을 적기 시작했죠.
그런데, 남자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적고 말았습니다.
'수잔은.. 메리가 아니다'

아무리 단점이 많아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좋아하는 거,
그게 바로 예정... 아니겠습니까?

최후의 30분
사귀던 여자와 끝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집으로 가던 남자가..
옆에 앉은 사람이 보는 스포츠신문을 흘끔..
습관적으로 훔쳐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실려있는 만화를 보고
감동을 받고 말았답니다. 어떤 만화였냐구요?

언젠간 그런 영화를 봤어.
중간부터 봤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조난을 당했는지는 모르지만,
좌우간 한 사람이 걷고 있었어. 배우이름도 몰라.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한 사람만 나오는 영화였어.
산을 넘어도 또 산! 만년설에 뒤덮힌 무서운 들판뿐이었지.
이윽고 썰매를 끌던 개가 지쳐서 죽고, 마지막 성냥개비까지 다 써버리고 말았어.
그리고 나서도 사내는 한참을 더 걸었어.
걷고 또 걷다가 마침내 어느 산등성이에 쓰러져 죽고 말았지.
그런데 그가 쓰러져 죽은 산등성이 바로 뒤쪽은.. 스키장이었어.
젊은 남녀들이 신나게 스키를 타고 있었어.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은 대게 그렇게 죽는다고 하더군. 깊은 산 속에서 죽는게
아니라 마을 인근까지 내려와서 죽는대. 그래서 전문가들이 말하길..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30분만 더 버티라고 하더군.
이 얘길 왜 하냐구? 둘이... 해어지기로 했다며?
각자 30분씩 더 생각해 보라는 거야. 그냥 30분이 아니라 절대적인 최후의 30분!
-허영만의<사랑해>중에서

이제 끝이라고 생각할 때..
30분만 버티면 새로운 시작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단 두 가지 표정

개에게는 두 가지 표정밖에는 없다.
반가운 표정 그리고, 외로운 표정
그래서 개는 믿을만 하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흔히 4백8십9가지 표정을 짓죠.
그 가운데에는 의심하거나, 외면하거나, 기만하거나,
원망하거나, 후회하거나, 투정하는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겠죠.
사랑을 할 때,
우리에겐 두 가지 표정만 있으면 됩니다.
그가 곁에 있어서 행복하거나 그가 곁에 없어서 외롭거나..하는 두가지 표정.

당신은 지금 그에게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십니까?



어느새그에게중독되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김주리 (북스토리,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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